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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만큼보인다

아무리 좋아도 타지 말아야 할 항공권? 짧은 환승 시간과 MCT(Minimum Connecting Time, 최소 연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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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석 달 전, 메타온메타의 앱 내 게시판에 "아무리 좋아도 타지 말아야 할 항공권"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여섯 가지 항목을 나열하며 더 무엇이 있는지 의견을 나누자고 제안했죠. 네, 이런 제목은 어그로를 끌기 좋습니다. 이 글은 초기에 잠시 주목을 받다가 묻히는 듯했지만, 최근 다시 댓글이 달리면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논쟁을 하다 보니, 특히 짧은 환승 시간을 가진 항공권과 MCT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인간의 뇌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이전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효율적인 정보 처리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지만, 종종 사실을 왜곡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착시 현상에서 우리는 평행한 선이 휘어져 보이거나 같은 크기의 물체가 다르게 보이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는 눈에 들어온 정보가 아니라, 뇌가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각 정보를 재구성하면서 발생하는 왜곡입니다. 이처럼 뇌는 현실을 단순화해 해석하려다 보니, 실제와 다르게 인식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미 알고 있거나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정보를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세상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현실을 왜곡해서 인식하는 한계도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국수를 몇 분 삶으면 가장 맛있을까요? 라면은 3~5분, 스파게티 면은 8~10분을 삶으라고 하네요. 심지어 냉면은 1분 넘게 삶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난 이렇게 복잡한 거 싫어요. 온 세상의 모든 국수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을 알고 싶어요.

바쁜 현대인들은 "아무리 좋아도 타지 말아야 할 항공권" 같은 제목에 쉽게 끌립니다. 항공권을 검색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 중에서 가격도 싸고 좋아 보이는 항공권이 실제로 피해야 할 것이라면, 빨리 걸러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길 바라지만, 그런 정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항공권을 싸게 구입하는 방법 ②'에서, 국수를 삶는 시간이 다 다르듯이 "항공권 가격은 출발 ○일 전이 가장 싸다"라는 류의 주장이 왜 의미가 없는지 설명한 바 있습니다. '목적지', '성수기/비수기', '주중/주말', '장거리/단거리', '풀서비스 항공사/저비용 항공사'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검색이 되고 구입할 수 있는 항공권이라면 '아무리 좋아도 타지 말아야 할 항공권' 같은 것은 없습니다. 여행자의 선호나 상황에 따른 선택만 있을 뿐입니다.

MCT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예전 플라이트그래프 시절에 썼던 글로 갈음하겠습니다. 당시 글에서는 MCT에 대해 설명하고, 모든 항공권이 MCT를 만족하는 항공권이지만 연착이나 길을 헤맬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항공권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했는데요.

오늘은, 조금 상반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좋아도 타지 말아야 할 항공권'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설명하는 입장에서, 환승 시간이 아무리 짧다고 해도 항공사가 판매하고 있는 항공권은 상황에 따라서는 충분히 구입해도 된다는 점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무리 좋아도 타지 말아야 할 항공권'이라고 나열된 여섯 가지 중에 가장 저와 의견이 갈리는 것이 '환승시간 1시간 내외의 항공권'입니다. 저는 상황에 따라 개인마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분들은 대부분 한 시간 이내의 환승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더군요. 심지어, MCT를 언급하며 항공사가 MCT를 만족하지 않는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좋지 않은 경험은 오래 남기 마련입니다. 반면 평범한 경험은 그냥 쉽게 잊혀지죠. 게다가 아무도 크게 떠들지 않습니다. 항공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의 불편했던 경험을 들었는데, 내가 또 겪고 난 경우에는 일종의 확신처럼 굳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 발 물러서서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다릅니다. 대다수가 매번 연결편을 놓친다면, 항공사는 매번 엄청난 손해를 봐가며 계속 그렇게 항공권을 팔 이유가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의 추구가 가장 큰 목표인 주식회사에서 그게 가능할 리가 없죠. 대다수는 별 문제 없이 환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물론, 일부 노선의 경우 어떤 이유가 있어 반복적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 시간 내외의 전 세계 모든 연결편이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무리한 일반화가 아닐까 합니다.

에어캐나다 인천 출발 뉴욕 왕복 항공권: 출국 여정 YYZ 1시간 25분 경유

좀 더 깊게 들어가 보겠습니다. 한 분이 댓글로, YYZ(토론토)에서 환승해 미국을 가는 환승 시간이 1시간 25분짜리 항공권을 에어캐나다가 팔고 있다며, 캐나다 경유 미국 입국은 캐나다에서 미국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하니 환승이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위 블로그에서는 ICN-YYZ-BOS 경로로 YYZ 환승 시간이 1시간 30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내린 후, 보안검색과 미국 입국심사를 마치는데 까지 겨우 17분 걸렸답니다. 당연히 보스턴행 항공편에 무사히(?) 탑승했죠. 참고로, 에어캐나다의 캐나다 1회 경유 미국행 항공편은 위탁 수하물이 미국 공항까지 연결됩니다. 캐나다 2회 경유 또는 미국 경유와 달리, 위탁 수하물을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환승 시간이 단축될 수 있습니다.

또한, YYZ(토론토)의 MCT는 1시간 10분인데 55분짜리 표를 에어캐나다가 팔고 있다며, 이런 항공권은 못 탈 확률이 너무 높고, 항공사가 MCT를 만족하지 못하는 항공권을 대놓고 판매하고 있으니 각자 알아서 조심하자는 댓글도 있었는데요.

아마도 미국 출발 YYZ 경유 ICN(인천) 도착의 항공권일 텐데, 저는 그런 항공권은 찾지 못하겠더군요. 어찌 보면 당연한 거죠. 에어캐나다의 미국 출발 YYZ 경유 제3국 행은 MCT가 1시간이거든요. 물론, 예외가 없다면요. 예외가 있다면 특정 항공편 조합은 50분이 될 수도 있고 1시간 20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에어캐나다 보스턴 출발 인천 도착 편도 항공권: YUL 52분 경유

대신, YUL(몬트리올) 경유 시간이 52분짜리를 찾았는데요. 이 경우에는 MCT가 50분입니다. 환승 시간이 52분 밖에 안되지만, MCT는 만족하는 항공권입니다.

참고로, 에어캐나다를 이용해 미국이나 캐나다가 아닌 제3국에서 YYZ에서 환승해 미국을 가는 환승의 경우 일반적인 MCT는 1시간 25분입니다. 이 문장에서 제가 복잡한 조건을 마구 달았는데요. 그만큼 MCT는 복잡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공항마다 '국제선-국제선', '국제선-국내선', '국내선-국제선', '국내선-국내선'의 MCT가 다릅니다. 항공사마다, 항공사 조합마다 또 MCT가 다릅니다. 이건 너무 당연합니다. 보통 항공사마다 터미널이 다를 수도 있고 또 이용하는 게이트도 다르니까요. 이게 다가 아닙니다. 항공 편명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YYZ에서 AC의 국제선-국제선 MCT는 1시간 30분인데, AC0001편과 AC0002가 연결될 때는 MCT가 1시간으로 세팅될 수 있습니다.

그럼, 항공사들은 왜 이렇게 복잡하게 MCT를 관리하고 있을까요? 물론, 그 이유는 이익을 많이 내기 위해서입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정비와 승객이 타고 내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최대한 비행기는 공중에 떠 있도록 스케줄을 짜야 합니다. 최대한 이익이 나도록 스케줄을 짜기 위해서는 선택지가 많아야겠죠. 그런데, 승객이 환승하지 못하면 항공사로서는 불필요한 비용이 듭니다. 연결편의 좌석도 빈 채로 가야 하고, 승객과 이야기하며 대체편을 구해줘야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호텔을 잡아주거나 비싼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승객이 환승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케줄을 짜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환승에 실패하는 경우가 일정 비율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MCT, 즉 최소 연결 시간을 관리하고 MCT 이상으로는 마음대로 스케줄을 짜는 거죠.

그럼 당연히, 환승 시간이 아무리 짧다 해도 대부분의 경우는 환승에 성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항공사의 이익을 위해서 항공사가 그렇게 관리할 테니까요.

물론, 환승 시간이 짧으면 그만큼 환승을 실패할 확률은 올라갑니다. 연착이 있을 수도 있고 공항에서 길을 헤맬 수도 있으니까요. 출장처럼 반드시 예정대로 도착해야 한다거나, 환승 실패의 확률이 조금이라도 커지는 것이 싫다면 다른 선택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탈 수 없는 항공권은 아닙니다. 그런 항공권은 검색도 되지 않고 당연히 살 수도 없습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팔지도 않고 팔 이유도 없고 팔지 말아야 할 이유만 있습니다.

환승 시간이 짧은 항공권을 선택하느냐 마느냐는 여행자 각자의 선호나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떤 분은 환승 실패의 아픈 경험 때문에 절대로 그런 항공권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짧은 환승 시간을 선호하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안전한 것이 좋은 분도 가끔은 이런 선택을 고민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시간 경유나 6시간 경유는 50만원인데 3시간 경유는 70만원이라고 가정해 보죠.(이렇게 촘촘하게 경유 옵션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실전에서는 더 선택지가 작죠) 그럼, 20만원을 더 내고 환승 성공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항공권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20만원을 아끼느냐의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는 정말 많거든요.

사람은 가도 짐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요. 저는, 경유하는 공항이나 항공사가 수하물 분실로 악명이 높은 경우에는 수하물을 붙이지 않고 들고 타는 것도 고려합니다. 기내용 캐리어 중 가장 큰 사이즈의 캐리어로 여행을 가는 옵션도 고려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저는 대부분의 경우 짐이 그리 많지도 않고 또 쇼핑도 별로 하지 않기 때문에 작은 캐리어도 가능한 경우가 많아서요. 또 이렇게 다니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여행지에서 별도의 항공권이 필요한 경우 대부분 위탁 수하물이 별도인데 이 때도 큰 스트레스 없이 들고 타면 되니까요.

연착의 경우에도 많은 경우 항공사가 미리 대책을 세워 줍니다. 조금 늦었다 싶으면 항공사 직원이 직접 안내하기도 하고, 가끔은 연결편이 기다려 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야 항공사의 손실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오늘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은 검색되는 항공권 중에 '아무리 좋아도 타지 말아야 할 항공권'은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것이 다르고 그때그때 상황도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간에서 특정 부류의 항공권을 '아무리 좋아도 타지 말아야 할 항공권'으로 단정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설사 나는 그렇게 결심하고 그렇게 선택하더라도, 그것이 마치 진리인 양 주장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서두에 우리 인간의 뇌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아무리 좋아도 타지 말아야 할 항공권' 같은 글이 절대 진리인 양 회자된다면, 대다수 우리 인간의 뇌는 그렇게 믿게 됩니다. 그럼,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당하게 되는 셈입니다. 마치, '항공권 검색 전에 쿠키 삭제는 필수'라는 잘못된 믿음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Think Outside the Box"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입니다. 세상에 절대는 없습니다.(제가 이 글에서 MCT를 만족하지 못하는 항공권은 검색조차 안된다고 했지만, 세상 일은 모르는 일이죠. 데이터 오류로 그런 항공권이 버젓이 팔리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개개인의 선택이 다양할 수 밖에 없는 항공권에서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환승 시간이 짧은 항공권은 타면 안돼!' 라고 나는 생각할지라도, 다른 사람들은 '환승 시간이 짧은데 괜찮을까?' 라는 의문에서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