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돈이 없어도 여행을 갈 수 있는 세상

십 년 전쯤 활발하게 활동하던 '5불당 세계일주 클럽'이라는 카페가 있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있기는 하지만 활동을 거의 멈춘 듯 하니 있었다고 표현합니다. '5불당 세계일주 클럽'은 세계일주를 위해 숙박을 포함한 현지 하루 생활비로 미화 '5불'이라는 상징적인 금액을 목표로 함으로써 극단적으로 저렴한 비용의 여행을 추구합니다. 물론, 여기서의 5불은 상징적인 의미입니다. 하루 여행 경비를 5불 이하로 반드시 맞춘다기보다는 그만큼 아끼면서 여행한다는 의미가 더 크죠.
5불당 뱀버들은 그 순간 자신이 얼마나 불필요한 소유욕을 가지며 살아왔는지를 느끼게 되고,
삶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고, 그런 배움이란 보물을 순수하기만 한 작은 영혼 속에 가득 채워오게 된다.
여행지에서 다른 여행자를 만나면 제일 먼저 묻는 말이 있다,
그것은 "어느 학교 출신이냐? 직업은 무엇이냐? 나이는 몇 살이냐?"가 아니라
"어디를 여행하는 중이냐? 어느 곳으로 향하는 중이냐?" 하고 묻는다.
그들은 생각한다. 우리는 여행에서처럼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어떻게 살아 왔느냐는 것보다
당신이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 할 수 있다고. 그리고 그 너머에 꿈이 있다고.
단, 5불을 가지고도 세상의 오지를 꿈 꿀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을 가진 그들을 우리는 TRAVELLER5 CLUB. (5불당원)라 부릅니다.
[ 5불당원 ]이란 어떤 사람들? - 다음 카페 5불당 세계일주 클럽
여행을 하기 위해 반드시 많은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행지에서 돈을 얼마나 쓰느냐는 여행자마다 다 다르죠.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취향일 수도 있고 내 주머니 사정에 맞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목적지가 어디든 항공권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경비를 1박에 1인 당 10만원 정도로 책정합니다. 10만원 안에서 숙박, 식사, 현지 교통비, 투어, 쇼핑까지 모두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거죠. 만약 4인 가족이 4박 5일간 여행한다면 '4인 X 4박 X 10만원 = 160만원' + 항공권 구입금액이 총 여행 경비가 됩니다. 여행 예산을 이렇게 잡으면 여행지를 선택할 때 여행지의 물가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곳을 여행할 때는 고급 호텔에서 묵으며 럭셔리한 여행을 즐길 수 있고, 반대로 물가가 비싼 곳에서는 에어비앤비 등을 이용해 4인이 묵을 수 있는 아파트 같은 곳을 구해서 숙박비를 아끼고 식사도 되도록이면 마트에서 장 봐서 해먹는 쪽으로 하는 거죠.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여행하는 방법일 뿐입니다. 여행자마다 다 다르죠.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여행 경비는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입니다. 풍족하면 풍족한 대로 또 부족한 듯해도 아껴가며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죠. 딱 하나 항공권만 빼고요.
'5불당 세계일주 클럽' 회원들도 항공권 만큼은 별로 아끼지 못했더군요. 물론, 나름 아끼려고는 하죠. 보통의 여행자라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경유지 공항에서 노숙하는 항공권을 그게 최저가라면 주저 없이 선택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이렇게 아낄 수 있는 금액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문제죠. 결국 돈 없는 여행자에게 가장 큰 허들은 바로 항공권인 셈입니다. 항공권만 싸게 구할 수 있다면 현지 여행 경비는 어떻게든 아껴가며 여행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가장 놀랍고도 안타까운 사실은 여행 경비를 아끼려는 가난한 여행자들도 대부분 항공권 가격은 아낄 수 없는 상수처럼 생각한다는 사실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으로의 장거리 왕복은 보통 100만원 정도는 줘야 하는 것으로 체념하고 있는 식으로 말이죠. 가끔 이보다 훨씬 싼 항공권을 구입한 사람이 있으면 부러워하면서도 그 사람은 단지 운이 좋아서라고 치부하고요.
그럼 어떻게 하면 항공권을 싸게 살 수 있을까요?
항공사들은 어쩔 수 없이 꼭 가야 하는 분들에게는 무자비하게 비싼 가격을 받아내고,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거나 다른 곳을 또는 다른 항공사를 탈 수도 있는 경우에는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합니다. 비싸게 팔아도 팔린다면 비싸게 받고 싸게 팔아야 팔릴 것 같으면 싸게 팝니다. 항공권 가격은 철저히 경쟁 논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코로나의 영향력 아래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도 출장자는 비싼 항공권을 구입하고 여행자는 상대적으로 싼 항공권을 구입했습니다. 역시 이유는 단 한 가지, 여행자는 비싸면 안 가거나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글에서 항공권 가격은 철저하게 경쟁 논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는데요, 여기에 해법이 있습니다. 출장자가 아닌 여행자의 입장에서 항공권을 검색하면 됩니다. 비싸면 안 가거나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비싼 가격에 항공권을 구입한 이유는 바로 출장자처럼 항공권을 구입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출장자처럼 목적지 정하고 여행 날짜 다 정하고 그 조건 안에서만 싼 항공권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존의 항공검색 서비스들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존의 서비스들은 출장자가 항공권을 검색하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항공 수요의 대부분이 출장이었으니 당연했죠. 하지만 무려 50년 이상을 같은 방법으로만, 여행자도 출장자인 것처럼 항공권을 검색하고 있습니다. 제가 줄기차게 강조하는 탐색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죠.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출장자처럼 목적지 정하고 날짜 정하고 검색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저의 여행 스타일은 가족 여행입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4인 가족 여행 경비는 꽤 부담이 되더군요. 플라이트그래프도 메타온메타도 제가 사용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입니다. 항공권 가격을 아낄 방법이 있는데 그 방법을 어떤 서비스도 알려주지 않아서 제가 만들었습니다.
플라이트그래프와 메타온메타가 추구하는 가치는 바로 여행자의 항공권입니다. 여행자의 항공권을 찾는 방법은 탐색입니다. 메타온메타는 집단지성에 기반한 탐색형 항공 검색 서비스입니다. 메타온메타에서는 고수들이 찾은 멋진 항공권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고수들이 찾은 항공권을 탐색하며 나의 여행을 상상해 보세요.
바쁘거나 귀찮으면 돈으로 때워도 됩니다. 할 수 없이 출장자처럼 비싼 항공권 구입하고 여행 가야죠. 하지만 몰라서 비싼 항공권을 구입하지는 마세요. 돈 없는 가난한 여행자라면 현지에서 쓸 경비를 아끼듯 메타온메타를 이용해 항공권 구입 비용을 아껴보세요. 게다가, 현지 여행 경비를 아끼면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포기해야 하지만 항공권은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비싼 항공권을 구입한 사람과 같은 자리에 앉아 가고 같은 기내식 먹으며 갑니다. 단지 가격만 쌀 뿐입니다.
여행은 낯선 환경에 나를 노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낯선 환경에서 일상에서와는 다른 자극을 받는 것이 여행이 주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 생각합니다. 국내 여행보다는 해외 여행을, 익숙한 음식보다는 현지의 색다른 음식을, 정돈되고 획일화된 빌딩 숲보다는 왁자지껄한 로컬 시장을 찾아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낯선 자극은 견문을 넓혀주거나 창의력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힐링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이 좋은 걸 돈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가혹합니다. 아니 불공평하죠.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면 가장 많이 만나는 국적 중 하나가 이스라엘이라 합니다. 인구 대비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하는데 군에 가기 전에 1년 정도를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는 것이 일종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의 젊은 청춘들도 이스라엘처럼 세계일주 여행을 많이 떠났으면 합니다. 지구촌 곳곳의 삶을 곁눈으로나마 돌아보고 왔으면 합니다. 그리고 메타온메타가 '5불당 세계일주 클럽'으로 상징되는, 알바해서 모은 피 같은 돈으로 여행 가는, 여행을 가서도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배낭여행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돈이 없어서 여행이 주는 가치를 누리지 못하는 불공평을 개선하고 싶습니다.